1. 첫술(초주)에 대한 기억과 의미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우리나라 속담은 술과는 관련 없는 속담이지만 저의 음주생활과 비슷하고 또한 숟가락을 의미하는 첫술과 처음 마시는 첫술과 음이 비슷하여 오랜만에 이야기 해봅니다.
원래 뜻은 어떤 일을 처음 시작 할 때 조급하게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하다보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인데, 술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점차 계속 꾸준히 먹으면 마지막에 아주 안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저의 첫술은 어떤 것인가?
기억하는 시간의 순서상으로는 아마도 어릴 적에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하면서 몰래 마신 달디 단 주전자 막걸리이겠지만 또 다른 기억 속의 어릴 적 첫술 등은 부엌 위 선반에 있던 유리 댓병 소주의 달콤한 알콜 냄새, 초등학교 졸업 때 마신 환타와 막걸리, 중등시절 촌에 있는 친구동네 막걸리 집에 술 사러 가다가 다리에 부딪힌 일, 진주에서 보낸 고등시절 하숙집에서 생일파티 때 마시던 샴페인, 고3마지막 시기 때 처음으로 대취하여 벌린 사건 등이 첫술에 대한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
2. 학주(學酒)시절 둘러 보기
본격적인 사회생활과 음주생활의 시작으로 들어가기 전에 예전에 술 마실 때 사용하였던 여러 가지 술에 대한 명칭부터 몇가지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회사 등에 입사 신고한다고 신고주, 이사한다고 이사주 이사 간다고 이별주, 서운타고 섭섭주, 집에 이사 왔다고 입택주,
옷 샀다고 착복주, 신발 샀다고 착화주, 비 온다고 촉촉주, 눈 온다고 백설주, 무언가 일이 있을 때 쏙닥주, 때론 아무 일이 없을 때도 심심주, 음주 막판에는 자다가 일어나서 기상주등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마시기 위한 잔머리의 잔치를 벌이기도 하였지요.
진주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의 경제사정으로 가지 못한 대학교에 대한 미련이 술과 함께 변질되어 불만과 우울적인 생활과 겹치면서 친구들과 만나면 그냥 음료수를 마시던지 맨 정신에 이야기해도 될 사항을 개똥철학에 쓴 깡소주를 곁들였고 혼자서도 포도주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와 우울증에 처음 배우게 된 흡연과 음주생활은 가히 질풍노도와 같은 문제성 음주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3. 독주(毒酒)생활 - 문제성 음주의 시작과 지속
갓 스무살에 시작된 먼 객지에서의 직장생활 속에 이제 직장인이요, 이제 어른이랍시고 그렇게 가고 싶던 유흥주점에 고참 직원들과의 자유로운 음주 그리고 방탕....
체력이 뒷받침되던 젊은 시절이었기에 남들보다 술도 잘 마시고 일도 잘 한다는 소리도 들어가면서 빠른 진급에 계속된 음주생활은 술값, 술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경제적인 문제(빚보증), 신체적 정신적 건강, 직장생활 및 업무, 인간관계 등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술도 못 마시고, 아니 마셔서는 안 되고 일도 못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하나의 술주정뱅이 인간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근 20년간의 시간 동안에.. 여러 가지들이 직장과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아주 안 좋게 변화되었습니다.
4.단주(斷酒)생활 속으로 출발
종착역으로 달리던 기차처럼 끝없는 추락의 음주생활은 어리석게도 삶을 마감하고자 투신한 사건에서 그래도 저를 아껴주신, 제가 이해하게 된 신께서 보호해 주셔서 다시 살아나게 되고 진주 경상대학병원에서 시작된 단주치료가 경기도 광주세브란스병원까지 가서야 A.A(익명의 알콜중독자 단주모임)를 제 인생 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2001년도에 진주성 옆 진주보건소에서 최선생님과 단 둘이서 시작된 단주모임... 제 단주역사의 시작이요 단주 에너지의 원천이었습니다.
그 뒤에 찿아 오신 김선생님과의 3인 A.A도 좋은 추억입니다.
사모님 잘 계시지요? 그때 참 애 많이 태우셨지요~~~
그러나 A.A가 없는 지역인 하동에서의 삶, 잦은 인사이동, 약한 단주 정신과 생활태도는 먼 거리의 단주모임, 업무상 바쁘다는 핑계로 이어져 재발도 두어번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진주알콜상담센터 초기 원년 발족멤버셨던 조, 김, 강선생님들께 조언도 구하고 하면서 단주의 길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알콜중독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배고픔, 화남, 고독감, 피곤함을 피해야함) 단주생활을 알게 되었고 또 스스로 지키기 위하여, 정말 천운으로 이어진 27년의 직장생활을 명예퇴직하고 시작된 전남지역에서의 귀촌 및 단주전도(?)생활 속에서 평온한 단주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상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단주모임과 기도 생활로 마음 안으로 정리하면서 열심히 단주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항상 저희들을 위하여 수고 하시는 진주중독관리센터장님 외 선생님과 우리 알콜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단주생활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