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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애 술 담배만 걱정했더니”…환각버섯 키우고 도박빚 지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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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0-26 10:04 조회3,9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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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 술 담배만 걱정했더니”…환각버섯 키우고 도박빚 지는 10대

 

도박중독 치료중인 미성년자
최근 5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나
10대가 마약 길러 판매하기도
흡연·음주는 절반수준 떨어져

위험정보 제지 없이 접근해도
현재 대응체계론 해결 역부족

  • 박나은 기자
  • 입력 : 2022.10.23 18:21:54   수정 : 2022.10.23 19: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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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사는 고등학생 이 모군(16)은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도박에서만 200만원가량을 탕진했다. "일종의 게임"이라며 자신을 설득한 같은 반 친구를 따라 한 게 화근이었다. 처음에 이군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5만원을 걸었고, 몇 시간 만에 원금의 4배를 벌어들였다. 그렇게 그는 도박에 빠져들었고, 이후 며칠간 돈을 날리게 되자 부모님께 거짓말로 돈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까지 돈을 빌리면서 이군은 도박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그는 "주변 친구들도 하고, 온라인 게임 같아 거부감 없이 위험성을 모르고 시작했다"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또 돈을 빌리고, 빌린 돈으로 다시 도박을 하고 있는 악순환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중독된 후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충북경찰청은 환각버섯을 재배해 유통한 이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충격에 빠졌다. 범인이 미성년자인 10대 청소년 A군(18)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버섯 포자를 길러 말린 뒤 캡슐로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A군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도박·마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접근도 용이해지면서 수많은 청소년이 중독의 늪에 빠지고 있다. 과거 문제시됐던 청소년의 흡연·음주율은 떨어지는 반면, 성인들 사이에서 주를 이루던 도박·마약과 같은 고위험 중독 사례가 청소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청소년 도박중독 진료 현황'에 따르면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은 건수는 2017년 837건에서 2021년 2269건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24시간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 성행이 청소년 도박 중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소년 도박 중독자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의 평균 연령대가 2017년 18.2세에서 올해 7월 기준 17.6세로 낮아졌다.

마약 중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검찰청 '마약류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3명이었던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꾸준히 늘어 2021년에는 450명까지 급증했다. 올해 8월까지는 372명을 단속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330명이 검거된 것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펜타닐 패치를 다량으로 처방받아 투약·판매한 10대 42명을 한꺼번에 검거하기도 했다.

각종 약물에 무방비로 노출돼 약물 오·남용으로 중독 진료를 받는 청소년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환자는 2019년 1308명에서 2021년 1678명으로 28.3% 증가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김 모씨(27)는 "한 반에서 5~10명 정도는 온라인 도박을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이 도박을 하고 있다"며 "마약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과거 문제시됐던 청소년 흡연율과 음주율은 2008년엔 각각 12.8%, 24.5%였던 것이 2021년엔 4.5%, 10.7%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일탈 행위가 자극이 더 큰 도박과 마약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인터넷과 각종 매체에서 약물과 도박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도박·마약 중독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지만 현재 예방·치료 체계는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공식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 체계에선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할이 빠져 있다"며 "성인의 중독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청소년 중독 치료는 더 뒷전이기에 앞으로 청소년 중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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