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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술버릇 나쁜 남편 - “단주 모임서 자원봉사하며 내 자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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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03-05-27 22:47 조회12,8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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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친구와 놀기를 좋아하던 저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결핵으로 대학을 중퇴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취직했으나 회사가 부도나자 해고되지 않으려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10여년간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직장도 없이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고 취직도 안돼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됐지요. 결혼도 못하고 경비일을 하면서 주량은 점점 늘었습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폭음을 해 1995년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이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다섯차례나 정신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지금까지도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잔소리를 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도 모두 떠났습니다. 여동생 집에 얹혀 살며 술 때문에 심신(心身)이 병들었고 몇푼 안되는 생계보조금으로 초라하게 늙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계속 살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지요.

죽더라도 다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약한 체질에서 탈출하기 위해 용인시 정신보건센터에서 실행하는 단주(斷酒) 자조 모임, 단주 프로그램 교육, 그리고 각종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단주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지요.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도 받고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서로 의지를 하다 보니 그들은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더군요.

센터 선생님들과 알코올 중독문제로 힘들어하는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해 경험담을 들려주며 단주 모임에 참석하도록 유도했지요. 그 결과 제 자신도 단주를 하는데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녀온 제주도 테마 여행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증을 털어버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 바꾸기 프로그램과 '팔복의 집'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로 의지력이 약했던 제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간으로 발전한다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제가 과거에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힙니다. 스스로 알코올을 경계하고 조심하자는 일종의 주문(呪文)같은 것이지요.

아직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주 충동이 일어나지만 다시는 힘든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단주 모임에 참여하려고 집을 나섭니다.

용인에서 이영철씨(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