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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청소년 일상 조여오는 도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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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11-04 13:15 조회16,425회 댓글0건본문
온라인 도박 빚 갚으려 또래 간 고리대금업까지 성행
부모도 온라인 세계 알아야 자녀 도박 중독 막을 수 있어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은 고등학교 1학년 이동현(가명) 군은 친구가 보내준 사이트에 접속하곤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이군이 접속한 홈페이지는 ‘네임드’라는 스포츠 커뮤니티였다. 구글에 검색해도 쉽게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외양과 달리 홈페이지 내부 채팅방에서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공유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의 도박은 불법이다. 경마장이나 카지노 등 사행사업장은 만 19세 이상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 토.토 사이트인 ‘배트맨’ 역시 19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합법적으로 도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관리센터)가 실시한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중 청소년의 6.4%가 도박문제 위험집단으로 분류됐다. 이는 15년 조사보다 1.3% 증가한 수치로 대략 14만5000명의 청소년이 도박 중독에 빠질 우려가 있거나, 이미 도박으로 심각한 폐해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불량학생만 도박하는 것이 아니다. 김연수 한국도박문제 관리 서울남부센터 팀장은 “도박 중독이나 도박으로 인한 금전적 고통 등 도박문제를 겪는 청소년의 증가 속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빠른 게 사실”이라며 “중·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도박문제를 겪는 나이대도 다양해지고, 최근 3년간 센터에 상담을 오는 청소년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도박장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도박이 가능해졌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은 사이버 공간에 대한 친숙함이 성인보다 높기 때문에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도박사이트에 접속했고, 응답자의 29%가 본인 집이나 학교(교실)에서 도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해당 게임의 결과를 중계하며 참여자들에게 베팅을 받는다. 이용자는 계좌번호와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원하는 만큼 돈을 입금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배당률만큼 이익을 본다. 신분이나 나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절 없기 때문에 청소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제도의 감시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제동장치나 안전장치도 없다.
임정민 서울북부센터 팀장은 “청소년이 걸어봤자 얼마나 걸고, 잃어봤자 얼마나 잃겠냐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천만원 이상을 잃고 센터에 상담을 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습적 도박으로 청소년은 자신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는 빚을 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또래 간에 일종의 ‘불법 대부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인천센터를 방문한 김영수(가명·19) 군은 지난해 8월 같이 도박을 하던 친구에게 40만원을 빌렸다가 고리 사채의 늪에 빠졌다. 일주일에 이자만 25만원을 요구했다. 법정 최고금리인 24%를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빚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결국 청소년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모는 그제야 자녀의 불법 도박을 인지한다. 다수의 도박문제 전문상담사는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도박문제를 인식하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은 대부분 금전적 문제가 해결 불능의 상태에 이르러야 학교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상담기관을 찾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정에서의 관심이다. 보호자가 청소년이 하는 온라인 도박의 징후를 빨리 발견해야 한다. 매년 700회 이상 청소년과 상담을 진행하는 서민수 교수는 “도박은 흡연·음주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중독’이므로 부모가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심을 넘어서 평소 자녀 행동을 ‘관찰’해야 도박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상률 연구위원 역시 “주변인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도 청소년 온라인 도박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림 월간중앙 인턴기자 rim_ki@naver.com
전문 출처로
https://news.joins.com/article/2350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