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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알코올 의존증… “딱 한잔 더” 음주 조절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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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5-09 14:47 조회20,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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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요인 60%… 치매 등 유발

“술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별문제 없는데….” “당신이 열 받게 하니까 마시는 거야.” “사회 생활하다 보면 안 마실 수 없다구!” 습관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이들에게 왜 술을 마시냐고 물어보면 흔히 나오는 대답들이다.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남 탓을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 같은 이들도 모두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본다. 알코올 의존증은 쉽게 말해 자기 스스로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또 그 결과로 신체적, 심리적 기능장애를 보인다.

대부분의 애주가들이 ‘알코올 의존증’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얼마 전 내놓은 ‘알코올성 정신장애’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진료인원이 2007년 6만6196명에서 2011년 7만8357명으로 증가하면서 연평균 4.3% 늘었다.

그러나 이는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숫자이고, 중독 전문가단체 ‘중독포럼’은 국내에는 알코올 중독자 155만 명에 이로 인해 치르는 연간 사회 경제적 비용만 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세 가지를 거론한다. 첫 번째가 유전적 요인이다.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일반인에 비해 3∼4배 더 알코올 의존증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대략 유전학적인 요인 60%, 환경적 요인 40% 정도로 보고 있다.

또 가바(GABA)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유아기에 형성된 무의식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에 매달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구분해놓은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언급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술의 유혹에 빠진다. 직장인들이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시는 술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술과 스트레스의 관계는 어떨까. 어떤 이유에서건 잦은 음주는 신경계로 하여금 알코올에 적응토록 한다. 신경세포는 알코올에 익숙해져 계속 알코올을 필요로 하게 된다. 술을 마시는 동안은 그처럼 신경세포의 충족으로 잠시 편안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 깨어 일어났을 때 평소보다 몸이 긴장되고 마음이 초조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이는 술을 계속 원하는 신경세포의 화학 작용과 전날 폭음에서 비롯된 부신이나 뇌하수체 등 스트레스 반응 조직의 과다한 호르몬 분비 등이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즉 내분비 계통이 균형감을 잃어 정서적 혼돈을 유발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알코올 남용 및 의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고, 법적인 문제나 여러 사고를 자주 일으킨다. 그로 인해 가족 구성원과의 마찰도 커지기 마련이다.

거의 항상 만취해서 지내는 경우가 아니면 알코올 의존증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소에는 수개월 이상 술을 안 먹고 지내기도 하지만 한 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폭음을 하면서 술 먹는 것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경우, 또 많은 양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술을 먹는 경우 모두 알코올 의존증으로 여긴다.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오해 중 한 가지가 ‘안 마시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끊겠다’며 계속 마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의존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 알코올로 인한 각종 합병증 및 알코올성 치매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하여 결국은 죽음에도 이를 수 있고, 환자의 술 문제로 인해서 가족기능의 손상을 가져오는 가족병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며 “영양요법이나, 입원치료, 약물치료 등 치료를 위해 다각적 중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