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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한탕주의 물드는 청소년들…도박 중독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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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물드는 청소년들…도박 중독 '빨간불'
충북 도박중독 상담, 위험군 비율↑…접근차단 장치는 전무
자금마련·채무 때문에 범죄까지…교육현장 "예방책 강화를"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2021-07-26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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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
충북에 사는 고등학생 박모군(18)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불법 온라인 도박 탓에 오랜 시간 고통을 겪고 있다.
박군은 친구를 따라 처음 돈을 걸고 본 스포츠경기에서 큰돈을 땄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기자 씀씀이가 커졌고 자연스레 친구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베팅이 적중했을 때 밀려오는 짜릿함은 박군을 더 깊은 도박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돈을 많이 딸 때는 하루 180만원을 손에 쥐었다.
중독이 심해지면서 박군은 스포츠 도박보다 사행성이 큰 일명 '사 다리 게임'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늘 그렇듯 도박의 끝은 파국이었다. 따는 돈보다 잃는 돈이 많아지면서 생긴 손실만 2500만원에 달했다.
학생 신분으로 감당할 수 없던 박군은 부모 돈을 훔치거나 물건에 손을 댔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중고거래 사기도 서슴지 않았다.
도박 채무나 범죄 합의금 부담은 언제나 부모 몫으로 돌아갔다.
박군은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도박에 깊은 갈망을 느낀다.
충북지역 청소년 상당수가 '한탕주의'에 물들고 있다.
심각성은 성인 도박 문제 못지않게 큰 상태다. 도박 중독을 호소하면서 전문 상담시설을 찾는 청소년이 날로 늘고 있다.
26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2018년~지난해)간 도내 청소년 도박 문제 상담 건수는 408건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79건 △2019년 112건 △지난해 217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무려 175%(138건)나 폭증한 셈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 청소년 이용자 수·상담건수.2021.7.23/© 뉴스1 |
청소년 도박 문제 원인 중 하나로 접근성 향상이 꼽힌다.
온라인 도박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는 데 비해 청소년 접근 차단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일부 도박사이트는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이용 가능할 정도로 허술하다.
일례로 지난해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청소년 1만5329명 중 11.7%가 온라인 돈내기를 가장 자주 했다고 답했다.
청소년 사회에서 도박이 일상화함에 따라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충북은 도박 위험·문제군에 속하는 청소년 비율이 전국 상위를 차지한다.
같은 조사에서 도박문제 위험집단별 실태를 보면 충북은 조사 참여 청소년 483명 중 2.8%가 위험군에 속했다. 문제군 비율은 0.6%였다.
위험군 비율은 울산과 함께 전국 1위에 올랐고, 문제군 역시 17개 시·도 중 8번째였다.
문제는 도박 중독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실제 수년전 청주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부모가 모아둔 아파트 중도금을 훔쳤다. 음성에서는 바카라를 비롯한 카지노 도박에 빠진 고등학생이 중고 물품 사기를 벌이다 입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현장은 청소년 도박 예방 교육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도내 490개 초·중·고등학교에서 도박 예방 교육을 시행한 학교는 95곳(19.4%)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학교 참여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
도박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된 청소년을 바로 잡아줄 장치가 교육 현장에도 없다는 얘기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세종충북센터 관계자는 "도교육청 학생 도박 예방교육 조례 제정 이후 예방교육 제공 건수는 날로 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도박 중독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과 치유 재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a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