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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술판’대신 파티… 신입생환영회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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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03-05-07 17:34 조회15,9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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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화여대 내 다목적홀. 공대 재학생과 신입생들이 모여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환영회 제목은 ‘피자파티’. 이날 행사에서 술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피자와 콜라 등이 전부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대의 신입생 환영회는 1차에서 3차까지 이어지는 술판이었다. 공대 학생회장 김미연(22)씨는 “술 없이도 선배와 친분을 쌓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 올해부터 피자파티로 환영방식을 바꿨다”며 “재학생뿐만 아니라 신입생들 모두가 깔끔하고 독특한 환영파티라며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신입생 정연주(21)씨는 “피자를 먹으면서 환영회를 한다고 해 놀랐다”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니 다음날 ‘뒤끝’도 없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회가 차츰 달라지고 있다. ‘하늘 같은’ 선배가 주는 일명 ‘사발주(냉면그릇에 막걸리를 부은 것)’를 단숨에 들이키는 과거의 ‘운동권’식 의식(儀式)이 신세대 신입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면서 ‘술없는 환영회’가 확산되고 있다.

저녁 10시, 한양대 앞의 한 호프집. 공대계열 학생 수십명이 신입생환영회에 모여 앉았다. 신입생들은 이날 선배 눈치 보지 않고 병맥주·칵테일·생과일주스 등 저마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음료를 시켰다. 한쪽에선 선배들이 후배들의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찍었다. 술집 안에서도, 길거리에서도 플래시는 계속 터졌다. 이 학교 3년 김모(22)씨는 “평생 한 번뿐인 신입생 환영회 모습을 간직해 주고 싶어 ‘디카(디지털카메라)파티’를 계획했다”며 “학과 홈페이지에도 이날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범대 영어교육과는 건강을 중시하는 신세대 취향에 맞춰 신입생환영회를 ‘우유파티’로 열었다. 이날 학생들은 막걸리 대신 우유를 가득 부은 ‘우유 사발식’을 거행했다. 3학년 서모(22)씨는 “한숨에 들이켜 술 마시는 분위기를 낼 수 있으면서도, 마실수록 몸에도 좋기 때문에 모두들 좋아했다”면서 “폭탄주다운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사이다와 환타를 섞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연세대 인문대에선 ‘게임파티’로 대신했다. 선후배들은 이날 맹물 1.5ℓ원샷하기, 노래부르기, 춤추기 등 게임을 즐긴 후 환영회를 마쳤다. 재학생 이모(27)씨는 “폭탄주나 폭포소주가 오가봤자 알콜에 젖은 몸만 남을 뿐 얻는 게 없지 않으냐”면서 “사발주를 먹고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전근대적 환영회는 점차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했다.

14일 저녁에 열린 한양여대 신입생 환영회 장소는 학교 앞 작은 포장마차였다. 여대생들은 떡볶이와 튀김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웠다. 2학년 이모(21)씨는 “가뜩이나 등록금도 많이 올랐는데 예전처럼 술 퍼마시는 데 돈을 물쓰듯 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씀씀이도 줄일 겸 포장마차 5곳을 빌려 환영회를 가졌다”고 했다. 신입생 윤모(20)씨는 “내키지 않는 강권하는 자리였다면 안 가려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李勳求) 교수는 “학부제로 인한 소속감 결여, 취업난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데도 폭음(暴飮)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바로 대학생들이 스스로 건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두주불사(斗酒不辭)형 인간이 능력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사회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崔寶允기자 spic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