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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술버릇 나쁜 남편 - 16년째 고주망태…새벽귀가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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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03-05-27 22:43 조회14,919회 댓글0건본문
결혼 전에 남편이 술을 좋아한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며칠이 지나자 남편은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결혼기념 턱이다 뭐다하며 일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를 하더군요.
친정 아버님과 오빠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남편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친정 어머니는 '남자는 친구도 많고 털털한 게 좋으니 이해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남편의 주벽(酒癖)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다 공원이나 차에서 잠을 잤다며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해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다 지갑과 휴대전화.옷 등을 잃어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날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전화해 택시비나 대리운전비를 들고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하데요.
그래도 그건 다행입니다. 금방 들어 온다던 사람이 아침까지 연락이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정신을 잃고 길거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냉면집 아저씨가 발견하고 자신의 가게에서 재워줬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런가 하면 너무 취한 나머지 사우나를 찾아가 술에서 깨려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아침이더라나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전화로 미안하다며 다음부터 조심하겠다고 싹싹 빕니다. 시어머님께서도 보다 못해 야단을 치거나 타이르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면 하루 이틀은 잘 지내다 또 다시 고주망태가 돼서 귀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 날밤을 꼬박 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다른 집 남편은 이렇지는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 가정에 대한 불만인지, 또는 남들에게도 찾아온다는 권태기 때문인지 도무지 판단이 안서더군요.
솔직히 술집이나 노래방에서 남자들끼리만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보면 전화기를 통해 여자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날도 있습니다. 몇 번씩이나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혼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사과를 듣고 나면 아이들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참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건강검진 후 지방 간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뒤 나아지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어요. 지금도 1주일에 한두번은 꼭 속을 썩입니다. 요즘은 딸 아이와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다. 남편과는 각 방을 쓰는 셈이지요.
이러다가는 몸도 마음도 멀어지겠지요?
그렇지만 지난 세월 어렵게 가꾸고 알뜰살뜰 지켜온 가정을 포기하기는 싫어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도 엄마 아빠 관계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미안함이 앞섭니다. 요즘 들어선 내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 가슴이 답답해진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마산에서 국현이 엄마(가명)
친정 아버님과 오빠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남편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친정 어머니는 '남자는 친구도 많고 털털한 게 좋으니 이해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남편의 주벽(酒癖)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다 공원이나 차에서 잠을 잤다며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술에 취해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다 지갑과 휴대전화.옷 등을 잃어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날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전화해 택시비나 대리운전비를 들고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하데요.
그래도 그건 다행입니다. 금방 들어 온다던 사람이 아침까지 연락이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정신을 잃고 길거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냉면집 아저씨가 발견하고 자신의 가게에서 재워줬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런가 하면 너무 취한 나머지 사우나를 찾아가 술에서 깨려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아침이더라나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전화로 미안하다며 다음부터 조심하겠다고 싹싹 빕니다. 시어머님께서도 보다 못해 야단을 치거나 타이르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면 하루 이틀은 잘 지내다 또 다시 고주망태가 돼서 귀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 날밤을 꼬박 새운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다른 집 남편은 이렇지는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 가정에 대한 불만인지, 또는 남들에게도 찾아온다는 권태기 때문인지 도무지 판단이 안서더군요.
솔직히 술집이나 노래방에서 남자들끼리만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보면 전화기를 통해 여자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날도 있습니다. 몇 번씩이나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혼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사과를 듣고 나면 아이들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참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건강검진 후 지방 간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뒤 나아지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어요. 지금도 1주일에 한두번은 꼭 속을 썩입니다. 요즘은 딸 아이와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다. 남편과는 각 방을 쓰는 셈이지요.
이러다가는 몸도 마음도 멀어지겠지요?
그렇지만 지난 세월 어렵게 가꾸고 알뜰살뜰 지켜온 가정을 포기하기는 싫어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도 엄마 아빠 관계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미안함이 앞섭니다. 요즘 들어선 내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 가슴이 답답해진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마산에서 국현이 엄마(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