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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5> 간질환 분야 이승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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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합뉴스 작성일03-05-27 22:36 조회14,871회 댓글0건본문
2일 오후 4시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이승규 교수(54)의 연구실 문을 열었을 때 이 교수는 선잠이 들어 있었다. 이날 새벽까지 잠을 못잔 채 하루 종일 환자를 보다가 연구실에서 기자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다 깜빡 잠에 빠진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새벽에 수술은 없었지만 54세의 환자의 저승길을 배웅하느라고 잠을 못 잤다.
“2001년 수술 받은 환자였는데 한 달반 전 갑자기 B형 간염이 재발해 혈압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병원에 왔습니다. 포기하기 직전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수술이 잘돼 또 한번의 기적을 바랐지만 환자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오늘 새벽에….”
이 교수는 환자의 아픔을 뼛속 깊이 느끼는 의사다. 평소에도 과묵한 편인데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8시반부터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중에는 20시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새벽 동틀 무렵 ‘집에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늘 환자를 돌보느라 휴일이 없고 가족과의 외식도 병원 식당에서 한다. 이런 환자 사랑과 지독한 노력이 그를 국내 최고의 ‘칼잡이’(수술의사)로 만들었다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그는 94년 산 사람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580명의 생체 간이식을 집도했다.
간은 좌엽과 우엽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교수는 99년 우엽을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변형 우엽 이식술’을 개발했고 이듬해에는 2명의 성인에게서 간 일부를 떼어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둘 다 세계 최초의 개가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만 141명의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했고 수술 성공률이 90% 이상이어서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 최다 성적을 함께 보유하게 됐다.
덕분에 이 교수는 6월 독일 에센대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 시범을 선보인다. 이 분야의 태두인 크로스토퍼 브롤시 박사의 초청을 받은 것. 선진국의 최고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가 수술 시범을 보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간 이식 중 생체 간이식의 세계적 대가로 알려져 있다. 남에게 간을 떼어주면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나라도 말릴 것이다. 간은 재생력이 강해 전체의 70%를 떼어 주더라도 2, 3개월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간의 좌엽과 우엽 중 한쪽이 사라지면 나머지 부분이 커져 좌우엽으로 나눠진다. 이 때문에 간의 일부분을 떼어내어도 몸에 이상이 오지 않는 것이다.”
―간이식 수술은 누가 받나.
“성인은 간경변증 환자나 간암 환자가 대상이다. 소아는 선천성 간경변증, 담도폐쇄증이나 태어날 때부터 간에 효소가 부족해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기능 저하 환자’ 등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간이식 대상 환자의 폭이 넓어졌다는데….
“그렇다. 간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난치성 간경변증 환자는 이전에는 수술을 받아도 성공률이 낮았는데 요즘에는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사흘 내에 수술만 하면 대다수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꺼렸던 60세 이상 환자의 수술도 요즘 성공률이 높아졌다. 간암 환자도 이전에는 암 덩어리가 작거나 적은 경우에만 수술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덩어리가 한 개일 경우 8∼10㎝라도 수술이 가능하고 크기가 작다면 덩어리가 5개까지 있어도 수술 받을 수 있다.”
―누가 환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있나.
“우선은 혈액형을 보는데 수혈을 할 수 있는 혈액형이면 된다. 공여자가 O형이면 모든 혈액형의 환자에게 간을 줄 수 있다. 환자가 A형이면 A형과 O형의 간을, AB형이면 모든 혈액형으로부터 간을 받을 수 있다. 제공자는 간염 바이러스가 없고 간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또 우엽과 좌엽의 비율이 적당해서 수술 뒤 충분한 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제공자가 수혜자보다 덩치가 크고 간이 클수록 성공률이 높다.”
이 교수는 간이식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보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식을 받는 사람은 보통 5∼6년 병원을 전전하면서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다. 지금 수술비가 초창기의 1억원대보다는 내려 7000만∼9000만원이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수술 뒤 간염 예방 주사약과 일부 면역억제제가 보험 처리되면서 외래 치료비가 매달 150만여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수술비의 보험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평소 간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간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의 90% 이상이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환자다. 순수한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4∼5%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이러스 간염 환자의 90%가 과음 탓에 증세가 악화된다. 간염 바이러스가 있으면 절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심지어 한 유명 인사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도 술을 마시다 숨지기도 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이 교수는 이날 새벽에 수술은 없었지만 54세의 환자의 저승길을 배웅하느라고 잠을 못 잤다.
“2001년 수술 받은 환자였는데 한 달반 전 갑자기 B형 간염이 재발해 혈압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병원에 왔습니다. 포기하기 직전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수술이 잘돼 또 한번의 기적을 바랐지만 환자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오늘 새벽에….”
이 교수는 환자의 아픔을 뼛속 깊이 느끼는 의사다. 평소에도 과묵한 편인데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8시반부터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중에는 20시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새벽 동틀 무렵 ‘집에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늘 환자를 돌보느라 휴일이 없고 가족과의 외식도 병원 식당에서 한다. 이런 환자 사랑과 지독한 노력이 그를 국내 최고의 ‘칼잡이’(수술의사)로 만들었다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그는 94년 산 사람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580명의 생체 간이식을 집도했다.
간은 좌엽과 우엽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교수는 99년 우엽을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변형 우엽 이식술’을 개발했고 이듬해에는 2명의 성인에게서 간 일부를 떼어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둘 다 세계 최초의 개가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만 141명의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했고 수술 성공률이 90% 이상이어서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 최다 성적을 함께 보유하게 됐다.
덕분에 이 교수는 6월 독일 에센대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 시범을 선보인다. 이 분야의 태두인 크로스토퍼 브롤시 박사의 초청을 받은 것. 선진국의 최고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가 수술 시범을 보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간 이식 중 생체 간이식의 세계적 대가로 알려져 있다. 남에게 간을 떼어주면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나라도 말릴 것이다. 간은 재생력이 강해 전체의 70%를 떼어 주더라도 2, 3개월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간의 좌엽과 우엽 중 한쪽이 사라지면 나머지 부분이 커져 좌우엽으로 나눠진다. 이 때문에 간의 일부분을 떼어내어도 몸에 이상이 오지 않는 것이다.”
―간이식 수술은 누가 받나.
“성인은 간경변증 환자나 간암 환자가 대상이다. 소아는 선천성 간경변증, 담도폐쇄증이나 태어날 때부터 간에 효소가 부족해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기능 저하 환자’ 등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간이식 대상 환자의 폭이 넓어졌다는데….
“그렇다. 간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난치성 간경변증 환자는 이전에는 수술을 받아도 성공률이 낮았는데 요즘에는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사흘 내에 수술만 하면 대다수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꺼렸던 60세 이상 환자의 수술도 요즘 성공률이 높아졌다. 간암 환자도 이전에는 암 덩어리가 작거나 적은 경우에만 수술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덩어리가 한 개일 경우 8∼10㎝라도 수술이 가능하고 크기가 작다면 덩어리가 5개까지 있어도 수술 받을 수 있다.”
―누가 환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있나.
“우선은 혈액형을 보는데 수혈을 할 수 있는 혈액형이면 된다. 공여자가 O형이면 모든 혈액형의 환자에게 간을 줄 수 있다. 환자가 A형이면 A형과 O형의 간을, AB형이면 모든 혈액형으로부터 간을 받을 수 있다. 제공자는 간염 바이러스가 없고 간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또 우엽과 좌엽의 비율이 적당해서 수술 뒤 충분한 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제공자가 수혜자보다 덩치가 크고 간이 클수록 성공률이 높다.”
이 교수는 간이식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보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식을 받는 사람은 보통 5∼6년 병원을 전전하면서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다. 지금 수술비가 초창기의 1억원대보다는 내려 7000만∼9000만원이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수술 뒤 간염 예방 주사약과 일부 면역억제제가 보험 처리되면서 외래 치료비가 매달 150만여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수술비의 보험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평소 간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간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의 90% 이상이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환자다. 순수한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4∼5%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이러스 간염 환자의 90%가 과음 탓에 증세가 악화된다. 간염 바이러스가 있으면 절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심지어 한 유명 인사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도 술을 마시다 숨지기도 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