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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음주문화 변화 기운 와인 부드럽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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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아일보 작성일03-05-07 18:03 조회14,5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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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세요? 한국인은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합니다. 세계에서 1, 2위에 든다고 하네요.

통계 수치를 들어 보겠습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술 소비량은 소주 27억9150만병, 맥주 40억8000만병, 위스키 6369만5000병이었습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그럼 만 15세부터 64세까지 인구(2002년 말 기준 약 3400만명)로 마신 술을 나눠 보겠습니다.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소주 82병, 맥주 120병, 위스키 1.9병입니다. 작은 수치가 아니죠.

이 가운데서 위스키 소비는 여러모로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위스키의 90% 이상이 단란주점과 같은 유흥업소에서 소비됩니다. 또 위스키 뚜껑을 따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다 마셔 버리죠. 외국의 경우는 1병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먹는 편이죠.

한국인은 위스키를 마실 때 ‘폭탄주’를 즐깁니다. 위스키를 맥주와 섞다보니 위스키 본래 맛은 어떤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죠. 그냥 유흥업소 종사자가 권해주는 술을 마십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주 판매회사는 술집 종업원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합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올해 초 유흥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국 축구대회를 열었습니다. 여행상품이나 향수 등을 주는 경품행사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생일날에 축하 케이크도 선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흥업소 중심으로 소비되던 한국의 양주문화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취하기’ 위해 폭음(暴飮)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가볍게 마신다고 하네요. 술 양을 줄이는 대신 음악과 대화에 흠뻑 취하는거죠. 젊은 계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독한 위스키 대신 가벼운 와인이 빠른 속도로 뜬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와인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와인 판매량은 매년 20% 이상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와인 애호가가 많아지면서 이색적인 병 모양의 와인, 한 병에 1000만원이 넘는 와인 등 보기 드문 와인도 속속 수입되고요.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함께 술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양주 한 잔만으로 한껏 향기에 젖어 보는 건 어떨까요.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