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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이 시대의 한방명의-하얀 밤’의 악순환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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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03-09-04 10:42 조회18,443회 댓글0건본문
불면증으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룻밤만 전혀 못 자는 경우부터 만성 수면부족에 이르기까지 불면의 종류는 다양하다. 불면의 형태는 잠들기 힘든 입면장애, 자는 중간에 잘 깨거나 꿈이 많아 깊이 잠들 수 없는 숙면장애, 아침 일찍 깨어 그 후에는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조각성 등 크게 세가지. 물론 이들 세가지가 복합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불면증은 외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일시적 불면증에서 시작돼 점차 만성 불면증으로 옮겨간다. 즉 스트레스→걱정→일시적 불면→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높아진 각성수준→불면 스트레스→걱정→더욱 높아진 각성수준→불면→만성불면증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일의 형편이나 불행한 사건 때문에 생긴 정신적 긴장과 불안, 소음이나 잠자리의 변화, 커피와 차의 과다 복용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불면을 체험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의 불면이 있어도 그 다음날에는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낮잠 때문에 야간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저녁에 일찍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깨어 잠자기가 곤란하다고 하는 노인들도 있다. 이는 진짜 불면이 아니라 수면·각성 리듬의 혼란이 문제가 된 것으로 주·야간 생체리듬을 조절하기 위한 생활개선이 필요하다.
신체적 질환의 경우에는 병이나 수술에 대한 불안, 통증, 잦은 소변 등 때문에 불면이 생긴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신경증과 우울신경증이 불면의 원인이 된다. 수면약이나 알코올 만성 중독 환자들은 이를 중단하면 금단 증세로 심한 불면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규칙적인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낮에 40분 가량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면 밤에 푹 잘 수 있다. 하지만 잠자기 3~4시간 전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또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해주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숙면에 도움이 된다. 손쉽게 수면제의 힘을 빌리다가는 내성만 키울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황의완 교수는 각양각색의 불면증상들을 몇가지 유형으로 나눠 치료하고 있다. 우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생각을 너무 깊이 해 ‘기결’(氣結·기가 뭉침)하거나 비위(脾胃·소화기
계통)를 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큰 한숨을 잘 쉬면서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이를 ‘사결불수’(思結不睡·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룸)라고 한다. 이런 증상은 비위를 보호하고 기결을 풀어주는 처방을 해준다.
불면증 환자의 혀를 관찰해보면 표면의 돌기가 없어져 마치 거울과 같이 미끈하거나, 지도모양의 하얀 설태(舌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와 함께 피로감, 입마름, 어지러움, 입맛을 잘 모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때는 혈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해준다. 겁이 많아 작은 일에도 잘 놀라고 자는 도중 잘 깨는 사람은 담력을 길러주는 처방을 한다. 황교수는 “이처럼 유형별로 환자를 치료한 결과 대부분 완쾌되거나 좋아졌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현재 동물 행동실험 등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한방 약제를 개발중이다.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한의학 연구논문도 수십편에 달한다. 최근에는 불면증과 관련된 질환인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약재 개발 실험을 통해 우수한 항 우울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대전대천안한방병원 이상룡 교수도 불면증치료에 관한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대부분 지나친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기가 뭉치고 막혀 불면증이 생긴다”면서 “막힌 기(氣)를 풀어주는 처방과 약재를 복용하면 좋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를 풀어주는 방법으로 부항요법과 침치료를 병행한다. 즉 인체의 중요한 몇개 경락에 부항요법으로 기를 조절하고 불면과 관련된 혈자리에 침치료를 시행하면 기혈의 흐름이 편해져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높다고 한다. 이밖에 심신의 안정과 기혈의 순환을 좋게 하는 기공과 마사지, 향의 흡입 등을 응용해 진정,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경산대 대구한방병원 정대규 교수,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유영수 교수, 동국대 강남한방병원 구병수 교수, 동의대 울산한방병원 김보경 교수 등도 불면증 치료에 열의를 쏟고 있다.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
불면증은 외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일시적 불면증에서 시작돼 점차 만성 불면증으로 옮겨간다. 즉 스트레스→걱정→일시적 불면→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높아진 각성수준→불면 스트레스→걱정→더욱 높아진 각성수준→불면→만성불면증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일의 형편이나 불행한 사건 때문에 생긴 정신적 긴장과 불안, 소음이나 잠자리의 변화, 커피와 차의 과다 복용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불면을 체험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의 불면이 있어도 그 다음날에는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낮잠 때문에 야간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저녁에 일찍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깨어 잠자기가 곤란하다고 하는 노인들도 있다. 이는 진짜 불면이 아니라 수면·각성 리듬의 혼란이 문제가 된 것으로 주·야간 생체리듬을 조절하기 위한 생활개선이 필요하다.
신체적 질환의 경우에는 병이나 수술에 대한 불안, 통증, 잦은 소변 등 때문에 불면이 생긴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신경증과 우울신경증이 불면의 원인이 된다. 수면약이나 알코올 만성 중독 환자들은 이를 중단하면 금단 증세로 심한 불면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규칙적인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낮에 40분 가량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면 밤에 푹 잘 수 있다. 하지만 잠자기 3~4시간 전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또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해주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숙면에 도움이 된다. 손쉽게 수면제의 힘을 빌리다가는 내성만 키울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황의완 교수는 각양각색의 불면증상들을 몇가지 유형으로 나눠 치료하고 있다. 우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생각을 너무 깊이 해 ‘기결’(氣結·기가 뭉침)하거나 비위(脾胃·소화기
계통)를 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큰 한숨을 잘 쉬면서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이를 ‘사결불수’(思結不睡·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룸)라고 한다. 이런 증상은 비위를 보호하고 기결을 풀어주는 처방을 해준다.
불면증 환자의 혀를 관찰해보면 표면의 돌기가 없어져 마치 거울과 같이 미끈하거나, 지도모양의 하얀 설태(舌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와 함께 피로감, 입마름, 어지러움, 입맛을 잘 모르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때는 혈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해준다. 겁이 많아 작은 일에도 잘 놀라고 자는 도중 잘 깨는 사람은 담력을 길러주는 처방을 한다. 황교수는 “이처럼 유형별로 환자를 치료한 결과 대부분 완쾌되거나 좋아졌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현재 동물 행동실험 등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한방 약제를 개발중이다.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한의학 연구논문도 수십편에 달한다. 최근에는 불면증과 관련된 질환인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약재 개발 실험을 통해 우수한 항 우울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대전대천안한방병원 이상룡 교수도 불면증치료에 관한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대부분 지나친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운동부족,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기가 뭉치고 막혀 불면증이 생긴다”면서 “막힌 기(氣)를 풀어주는 처방과 약재를 복용하면 좋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를 풀어주는 방법으로 부항요법과 침치료를 병행한다. 즉 인체의 중요한 몇개 경락에 부항요법으로 기를 조절하고 불면과 관련된 혈자리에 침치료를 시행하면 기혈의 흐름이 편해져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높다고 한다. 이밖에 심신의 안정과 기혈의 순환을 좋게 하는 기공과 마사지, 향의 흡입 등을 응용해 진정,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경산대 대구한방병원 정대규 교수,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유영수 교수, 동국대 강남한방병원 구병수 교수, 동의대 울산한방병원 김보경 교수 등도 불면증 치료에 열의를 쏟고 있다.
〈이준규기자 jk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