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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여적-100일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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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03-07-30 14:18 조회17,9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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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문(登龍門)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다. 용문은 황하(黃河) 상류지역으로 물살이 빠르고 폭포가 있다고 한다. 이곳을 거슬러 오르는 고기는 용이 된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

조선시대에 과거는 그야말로 입신출세를 위한 등용문이었다. 과거를 준비하는 젊은 선비들은 용문을 오르는 잉어에 비유됐다. 잉어가 힘차게 뛰어 오르는 약리도, 소과·대과를 모두 통과한다는 뜻을 담은 두마리 잉어 그림은 과거급제를 축원하기 위해 양반가 자제들이 주고 받았다. 또한 과거 보러 가는 것을 관광(觀光)이라고 표현했다. 글자 그대로 빛을 보기 위해 간다는 것이다. 이들을 떠나 보낸 뒤 어머니나 아내는 뒤뜰에 정한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사람사는 근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수능시험은 어느 면에서는 ‘현대판 과거’처럼 보인다. 일종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높은 점수를 얻어야 일류대에 가고, 학벌사회에서 남들보다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수능 D-100일’이었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에서 100일 기도에 들어간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수능점수를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이 올해도 나올 것이다. 수능은 우리나라가 매년 한번씩 심하게 앓는 홍역이 아닌가 싶다.


재수생과 고3생들 사이에서 수능 ‘100일주(酒)’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험 스트레스를 풀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는 100일주가 통과의례처럼 확산되는 모양이다. 많이 마실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말도 나온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100일주뿐 아니라 49제라고 해서 수능 49일전에도 술을 마시는 수험생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갖가지 이유로 알코올에 젖어 사는 우리사회의 음주문화에 수험생들까지 가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백년대계’가 흔들리는 우리나라는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술 권하는 사회’나 아닌지 우려된다. 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리고 창의력과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로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는 ‘교육입국’은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이연재 논설위원 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