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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코로나19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도박사의 오류`

최병일 기자
입력 : 
2020-05-07 15:01:03
수정 : 
2020-05-07 1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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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응답하라 경제학 시즌2-30]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50%다. 중학교 수준의 상식적인 이 개념이 냉철한 투자 세계에서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이해하기 쉽게 일반적인 사례를 가정해보자. 민수가 친구 지은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민수가 동전을 던지고 떨어진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지은이가 맞히면 돈을 주는 것이다. 만약 지은이가 매번 같은 금액을 베팅한다면 두 사람은 밤새 내기를 해도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 오히려 '대수의 법칙'에 따라 동전을 던지는 횟수가 늘수록 앞면과 뒷면이 나온 숫자는 평균치인 50% 근접하게 된다. 그런데 내기를 하던 지은이가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한다. 같은 금액을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다른 금액을 베팅하는 것이다. 연속으로 동전의 앞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더 많은 금액을 '뒷면이 나온다'에 베팅하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각각 반반이니 앞면이 연속으로 나오면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견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은이는 '도박사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절반이다. 동전은 인격이 없다. 앞서 동전 앞면이 많이 나왔어도 다음번에 뒷면이 나올 수 있도록 애쓰지 않는다. 매번 50% 확률로 앞면과 뒷면이 결정된다. 연속으로 앞면이 3번 나오든, 10번 나오든 다음번에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지은이처럼 정황 판단을 잘못하고 금액을 변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즉 베팅 금액을 변경하다 보면 높은 금액을 걸었을 때 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히 베팅을 할 수 있는 전체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결국 지은이는 돈을 거의 잃게 된다. 물론 운 좋게 지은이가 큰 금액을 베팅했을 때 동전 방향성을 맞힐 수도 있다. 이렇게 운이 좋았을 때 바로 내기를 그만해야 한다. 그런데 지은이는 계속 내기를 할 것이고,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기를 할 것이다. 결국 '도박사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면 지은이는 언젠가는 실수를 하게 되고, 많은 돈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최근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민수와 지은의 동전 던지기 게임 사례와 같이 시장 상황이 시계추처럼 수시로 급변한다. 지난 2월과 3월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폭등과 폭락을 반복해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국내뿐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도 여러 차례 발동되었다. 원래 주식은 동전 던지기 확률과 달리 각 사건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첫 번째 동전을 던졌을 때 결과가 다음번 동전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과 다른 상황이다. 주식은 상승장 다음날은 상승할 확률이, 하락장 다음날은 하락할 확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오늘 내렸으니, 내일은 오르겠네'와 같은 그릇된 판단을 한다. 장기간을 범위로 주식 데이터를 분석하면 상승장 다음에는 주식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하락하는 장 다음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글로벌 증시는 하루는 급등하고 바로 다음날은 급락하는 시장 상황이 자주 목격된다. 원래는 확률이 50%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앞서 지은의 내기 사례처럼 이런 투자 전략은 운 좋게 몇 번 자신의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금융시장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과거 데이터만을 근거로 단편적인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그 어떤 때보다 위험한 일이 되었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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