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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한국의 맛-(35)부산 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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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03-07-30 12:53 조회15,5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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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의 아침은 늘 괴롭다. 술이 사람을 먹었던 어젯밤 객기도 잠시, 머리는 무겁고 속은 허하고 몸은 물먹은 솜이다. 목젖을 따끈하게 적셔줄 술국 한 모금이 생각날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국은 누가 뭐래도 역시 복국이다.

잘못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복국이건만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찾는 것은 그만큼 복국의 맛이 시원하고도 담백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하게 요리하겠지만 목숨 걸고 먹을 정도라면 그 요리의 맛을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먹고 죽을 만큼 맛있다고 했을까. 이미 복은 중국 산해경(山海經)에 나올 만큼 오래되고 유명한 요리다.


#송나라 소동파 “먹고 죽을만큼 맛있다”


해장국에는 지방마다 그 지방의 특색있는 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하다. 사골국물이나 콩나물국, 대구탕, 조개국, 재첩국에서부터 신세대들이 즐겨 찾는 라면국물까지 해장국의 반열에 서 있지만 부산에서는 복국을 최고로 쳐준다.


복어는 복어목에 속하는 어류. 쥐치과, 거북복과, 부채복과, 참복어과, 가시복과 및 개복치과로 나누어지지만 식용가능한 복어는 주로 참복어과에 속한다. 참복어과에는 복섬, 졸복, 까치복, 까칠복, 검복, 매리복, 밀복, 황복, 자주복, 검자주복, 흰점복, 개복치 등이 있다. 그러나 참복어라는 어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참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주복이며 은복은 밀복을 일컫는 속어다.


우리나라에서의 복어 역사도 제법 오래된다. 경남 김해시 수가리에서 대구와 농어 가오리 등 어류뼈와 함께 졸복이 출토된 적이 있는데 이는 이미 신석기 시대인 5,000여년 전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하지만 복어가 주요 어종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기록은 드문 편이다.


복어에 관한 요리는 복어요리가 발달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때 병사 중 일부가 독어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자 복어을 먹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으며 에도시대에는 서민들도 참복냄비요리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시모노세키를 중심으로 복어 양식산업도 활발하여 최근에는 양식산이 자연산을 밀어내고 유통량의 80% 이상을 점령하면서 가격도 자연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요리기법을 많이 개발하여 회나 국은 물론이고 복튀김, 복껍질무침, 복 불고기, 복찜, 복 샤브샤브, 복 탕수육 등으로 다양해졌다.


#국물 시원하고 담백해 ‘술꾼의 친구’


복어는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2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복어는 단백질은 일반 어류와 비슷하나 지방 함유 비율은 1% 미만이며 비타민과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복어 국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북어에는 알콜의 산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의 활성을 증가시켜 간에서 알콜대사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연구 결과 보고되고 있다.


복어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TTX)은 복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양생물 1,000여종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복어에 유독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복어 독의 강도는 MU(Mouse Unit)로 측정하는데 1MU는 체중 20g인 생쥐를 30분 이내에 죽일 수 있는 독력이다.


복어 독은 마비성 패류독에 필적하는 강력한 독소로 청산 나트륨의 1,250배이며 사람에 대한 최소 치사량은 1만MU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g당 독량이 1,000MU인 복어 장기 10g을 먹을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복어 독은 체내에서 생성되는지 아니면 먹이 사슬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양식산 복어는 난소와 간장에는 독이 없으나 독이 있는 복어의 간을 먹이면 서서히 독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어의 독은 외부의 특별한 세균에 의해 생산되고 먹이사슬에 따라 복어 등의 각종 해산동물의 내장에서 생성되어 난소나 간장에 축적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복어 독은 어종에 따라서는 껍질이나 근육부위에도 함유되어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껍질 빛깔이 흑색이나 청록색을 띤 것은 독이 없고, 껍질 빛깔이 적갈색을 띠고 있는 것은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복어 독은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예방이 중요하다.


#원료 공급 수월한 부산서 요리 발달


부산이 복어 요리가 발달한 것은 지역적으로 싱싱한 원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오랫동안 복어에 대한 제독 기술과 요리법 등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까닭이다.


지금은 복어 식중독 사고가 거의 꼬리를 감추었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복어를 즐기는 사람은 혹시 재수없으면 먹다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제독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곳에서 복 마니아들이 마음 가볍게 복을 즐긴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복어를 식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결실을 이루고 있다. 동부산대학은 이미 관광외식학부에 복어를 가공식품으로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동남식품개발(주)을 설립하여 복어 포, 냉동 복어 구이살, 냉동 복어 튀김살, 복껍질 무침포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식품들을 이용하면 간단한 조리로 즉석에서 복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김형수기자 h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