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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돈 벌며 약물 중독 고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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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03-05-07 17:37 조회13,6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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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병원'재활 프로그램'  

알콜중독으로 국립 부곡병원(경남 창녕군 부곡면)에서 4개월째 입원·치료중인 金모(44)씨는 매달 1백여만원씩을 벌고 있다.

매일 아침 환자복을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부곡온천 내 호텔 공사장이나 주유소 등에 나가 땀흘려 일한 대가다. 이 가운데 30여만원은 입원비로 내고 두 아들의 용돈으로 10만원을 집으로 보낸 뒤 남는 돈은 모두 저축을 한다.

김씨는 5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홧술만 마시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하지만 이 병원에 입원한 뒤 그는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 간이 아파 걸음마저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 입원했지만 이젠 건강도 많이 회복됐다.

3백여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갖고 있는 金씨는 ""퇴원한 뒤 작은 식당이라도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金씨처럼 일터로 출.퇴근하는 환자는 50여명이나 된다. 전체 입원환자 4백여명의 12%다. 이들은 재활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를 받으면서 돈도 벌고 사회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다. 알코올.약물 환자는 대개 반 감금상태의 병실에서 심리.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 관리가 비교적 수월해 많은 병원에서 채택하고 있고 부곡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곡병원에 희망의 재활 프로그램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5월 조성남(趙成男)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투약과 보호는 알코올.약물중독 환자를 사회와 격리시키는 수단은 되지만 재활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趙원장은 12년간 공주치료감호소 재활치료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주치의를 맡기도 했었다.

그는 부임 직후 의사.간호사.재활치료사.사회복지사 등 10여명으로 '재활팀'을 구성, 4단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면회.전화.외출.외박.자유산책 등을 하도록 4단계로 관리하다 상태가 좋은 환자는 병실밖 일터에 취업시킨다. 병실 철장도 뜯어내고 개방형으로 바꿨다.

당장 부닥친 문제는 알코올.약물중독 환자를 고용하겠다는 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은 점. 병원 직원들은 인근 주유소.인력파견 회사 등을 찾아다니며 자리를 마련했다. 병원 안에도 환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터를 만들었다. 세차장.찻집.구두닦는 곳 등….

우선 필요한 시설과 장비는 병원 예산으로 구입해 마련해준 뒤 수입의 10%를 재료비 등으로 떼고 나머지는 환자들이 갖도록 했다. 병원밖 일터에서의 수입은 전액 환자들이 가져가도록 했다.

환자들이 버는 돈은 매달 30만~1백여만원선. 환자 대부분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상태여서 번 돈으로 치료비를 낸다. 오히려 가족들에게 선물.용돈을 보내주는 환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병원 밖의 일터에 취업한 환자들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가장 골칫거리였다.

일터에서 달아나거나 술을 마시다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본드.술 등을 병실에 숨겨 들여오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이 잦아지자 병원 측은 '삼진 아웃제'를 도입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환자의 음주 상태를 측정해 0.05 이상은 1주, 0.1 이상은 2주 동안 외박.외출을 금지하고 세 번 적발되면 강제 퇴원시켰다. 약물 중독 환자도 세 번 이상 본드 등 약물을 복용할 경우 즉각 퇴원시켰다

고교 때부터 병원을 들락거렸던 상습 본드 흡연환자인 李모(23)씨는 ""대접받으면서 치료받기는 처음이어서 이상할 정도""라며 ""난생 처음 돈을 버는 보람에 본드의 유혹을 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영옥(宋英玉.41) 수간호사는 ""가족.사회로부터 냉대받던 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돈을 벌게 되면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치료 효과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병원 바깥에 알코올.약물중독 환자 재활전문 시설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퇴원 환자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조성남 원장은 ""개방적인 치료 방법은 의료진의 인내가 필요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지만 희망의 씨앗이 훨씬 더 잘 자라도록 하는 밑거름이란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창녕=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