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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상황은 가상, 치료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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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1-18 10:55 조회15,1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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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알코올중독·치매·뇌종중 등이 치료대상
효용성 높지만 개발비 비싸 시술병원은 아직 적어

"캄캄한 방에 들어가 입체안경을 썼더니 강의실에 있는 칠판 앞에 제가 서있었습니다. 눈앞에 5~6명의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며 질문을 했습니다. '노래 한번 불러보세요',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너무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며 버튼을 눌렀습니다." (대인공포증 환자 이모씨)
지난 2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세브란스 정신겅강병원 가상현실클리닉.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45)씨가 전투기 조종사들이 쓰는 헬멧처럼 생긴 장비(HMD· 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채 어두운 방에 서 있었다. 약간 긴장한 듯 눈 앞에 비치는 가상현실 장면 속으로 들어갔던 김씨는 10여분 뒤 현실로 돌아왔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타사이버클리닉에서 대인공포증 치료를 받은 이모(22)씨는 "처음에는 가짜 같은 느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상황에 빠져들었고 나중에는 현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환자를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상황에 규칙적으로 노출시켜 그에 익숙해지도록 해 병을 치료하는 '가상현실 치료'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주로 정신질환 치료에 활용됐으나, 최근 뇌졸중 재활 치료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치료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을 가상 현실로 설정해 이뤄진다. 고소공포증 환자는 높은 투명 엘리베이터 안에 있도록 하고, 멀미가 심한 사람은 움직임이 심한 자동차에 몇 분간 있게 한다. 뇌졸중 환자들은 가상현실을 통해 수영, 축구, 스키, 보행 등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의 운동을 선택, 팔과 몸통을 움직이면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의사는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의 몸에 연결된 센서를 통해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되는 환자의 맥박과 호흡을 볼 수 있다. 이 수치를 본 후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 환자의 상태 별로 가상현실을 다르게 설정한다. 환자가 치료 중 참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버튼을 눌러 의사에게 알리도록 돼 있다.
이 치료법은 공포증 환자에게 약물이나 상담치료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미국 에머리 대학 로쓰바움 교수나 20명의 고소공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 35~45씩 7주간 가상현실 치료를 실시한 결과, 모든 환자들이 75층 높이의 건물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가상현실 치료의 주요 대상은 고소·대인·비행·폐쇄 공포증, 자폐증, 강박증, 정신분열증, 불안증, 치매, 알코올중독, 중풍,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중풍이나 뇌졸중 등이다. 앞으로는 바퀴벌레나 거미공포증, 게임·도박중독, 거식증 등도 치료 대상이 될 예정.
이 같은 효용성에도 불구, 국내에서 가상현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메타사이버클리닉 등 몇몇 곳에 불과하다. 다양한 종류의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현실 치료의 미래는 밝다. 전문가들은 언젠가 환자가 자기 집에서 컴퓨터나 텔레비젼을 이용해 가상현실 치료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 차경렬 교수는 "미국의 정신치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의 정신과 치료에서 가상현실 치료법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