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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세다고 만용은 금물, 간을 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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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술 딴 지 작성일04-12-15 00:00 조회17,4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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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세다고 만용은 금물, 간을 쉬게 하라
인당 연간 소주 50병, 맥주 100병 마시는 음주대국 연간 음주 비용 10조원…100만명 넘는 문제 음주자
주간조선 1833호, 이영상 서울아산병원 울산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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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샐러리맨들
흔히 몹시 놀랐을 때 ‘간 떨어진다’라는 말을 쓴다. 간이 어디 매달려 있어 뚝 떨어질 수 있는 장기일까. 반만 정답이다. 심장과 폐의 보호를 위해 갈비뼈로 둘러싸인 우리 몸 상부의 오른쪽 전방 횡격막 아래 매달려 있는 간은 1.0~1.5㎏으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장기지만 절대로 떨어지는 법은 없다.

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항상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하고 일상적인 자극은 무리 없이 받아넘기는 무던한 장기이다. 또 3분의 2 이상 절제해 내도 처음 크기로 커질 수 있는 왕성한 재생력을 가진 장기기도 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음주나 간염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심각한 손상을 받는다면 회복이 불가능하고 우리 생명이 위협을 당하게 된다. ‘침묵의 장기’라는 말이 시사하듯, 꽤 심한 간염 환자라도 증상은 경미할 수 있다. 감기 비슷한 증상,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대부분의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증상만 가지고 초기 간염을 사전에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은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우리나라 성인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다. 간염을 치료하기 위한 직접적인 의료비와, 간질환과 관련된 실업, 생산성 감소, 조기사망 등 간접적인 국가적 손실이 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 보고를 보면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

15세 미만 40% , B형 간염 항체 없어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이다. 다소 감소 추세이긴 하나 20세 이상 성인의 5%는 B형 간염의 만성 감염자이며 그중 20~30%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우리나라 B형 간염은 산모가 출산시에 바이러스를 신생아에게 전파하는 ‘수직감염’과 영유아기 ‘가족 내 감염’이 가장 중요한 전파경로이기 때문에 한 가족의 여러 구성원이 B형 간염을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성인이 되어 한창 꿈을 펼칠 나이에 자신이 간염 환자임을 알고 겪게 되는 한국 젊은이들의 좌절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우리나라 B형 간염이 서구와 다른 점은 ▲감염이 만성화율이 높은 영유아기에 주로 이루어지고 ▲자연적인 회복이 적고 ▲간경변증 등 더 심한 질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많은 유전자형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항바이러스 치료 후 재발률이 높은 것도 이러한 특징과 관련이 있다. 치료도 다른 나라의 기준이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대한간학회에서는 2004년 11월 ‘간염 치료 가이드라인’ 만들어 발표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B형 간염 예방접종이 도입된 이후 간염항원 보유율이 확연하게 줄었다. 현재 20세 미만 청소년, 아동은 이러한 제도의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간염항원 보유율이 뚝 떨어졌다.

전 국민의 신생아 예방접종이 정착된 현재 한두 세대 후에는 B형 간염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예방접종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그 효율이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좀더 필요하다. 그 단적인 예로 2004년 10월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 행사시 서울 및 경기 지역 15세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간염 검사 결과, 약 40%에서 B형 간염 항체(anti-HBs)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표2 참조> 결국 예방접종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술 세다고 만용은 금물
알코올은 우리나라 간질환의 둘째로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술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한 증상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버린다. 또 술 권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술 취해도 부끄럽지 않은 관대한 음주문화가 술 소비에 관한 한 우리나라를 국민 1인당 연간 소주 50병, 맥주 100병을 마시는 음주대국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에 이르며 100만명이 넘는 문제 음주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때문에 술로 인해 간 건강을 해치는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적당히 마실 줄 모르는 2차, 3차의 폭음, 남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폭탄주 술잔 돌리기,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술로밖에 풀지 못하는 서민의 나홀로 술 마시기 등이 지나친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의 주범이다. 많은 양의 술을 오래 마시는 것이 알코올성 간 손상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지만 성별, 유전적 요인, 동반된 바이러스 감염, 영양상태 등도 간 장애 발생에 중요한 요인이다.

여성의 경우 같은 양의 알코올 섭취로 간질환 발생률이 남자보다 훨씬 높은데 술이 세다고 만용을 부리는 여성 음주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새로운 문젯거리다. 술이 세다는 것은 신경조직이 혈중 알코올 농도에 적응하여, 다른 사람은 혼수에 들어갈 농도에도 정신이 온전한 경우와, 알코올 분해 효소계가 남달리 발달하여 빨리 분해되는 경우, 그리고 위장에서 흡수가 더뎌 늦게 취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경우라도 우리 몸에 해로운 독소(아세트알데히드)는 마신 양에 비례해서 생성되며 그 만큼 간 손상이 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성인의 14~27%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ALDH)가 심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음주 후에 심한 안면홍조, 두통, 빈맥 등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술을 마시는 만용을 부린다면 다른 사람보다 그 폐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신의 간을 알고 적당히 마시는 사람만이 오래 술을 즐기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C형 간염은 성접촉 통해서도 전염

C형 간염은 감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의 수혈, 마약 등 정맥 주사, 약물 남용, 타인의 혈액과 접촉한 주사바늘에 찔리는 행위(비위생적인 의료행위) 및 성적 접촉으로 감염되는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1%가 C형 간염 만성 보유자이다. 대개 겉으로 쉽게 발견되는 증상이 없고,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나 한번 감염되면 50~80%가 만성화되는 고약한 병이다. 예방접종이 개발되지 못한 현재 최선의 예방책은 철저한 혈액관리, 비위생적 사이비의료행위의 근절, 안전한 성생활 등으로 전파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간기능 장애로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질환은 지방간질환이다. 술로 인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라 부른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초기증상으로 나타난다. 음식을 먹고 남아야 잘 대접했다고 생각하는 관습, 고기를 먹고도 꼭 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밥 중심주의’, 운동할 시간도 없이 돌아가는 교육 제도, 몸에 좋은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보신(補身)문화, 제때 식사도 할 수 없는 직장인의 과도한 스트레스, 이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과제이다. 최근 패스트푸드만 먹은 시위자가 제일 먼저 간 기능 장애가 생겼다고 모 패스트푸드 회사에 항의했다는 뉴스는 현재 우리 음식문화의 문제점을 강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약을 좋아하고 불필요한 약을 많이 복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차츰 개선되고 있으나 진료실에서 나갈 때 약 처방이 없으면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약 의존주의가 만연해 있다. 실제로 급성 간 손상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 중 27.8%는 약제가 그 설명 가능한 원인이었으며 그 중에는 민간약품이나 식불(食不)제제가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하다.

이러한 약제에 의한 간 손상은 대부분 천 명, 만 명, 십만 명에 한 명 발생하는 드문 특이체질적 반응(idiosyncrasy)이며, 약 복용 후 간이 나빠질 때까지 기간도 개인차가 심해서 이상발생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꼭 필요한 약제 이외에는 복용하지 않는 습관만이 우리나라 국민의 간을 약에서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