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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장수인은 골초에다 말 술 마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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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술 딴 지 작성일03-11-22 23:04 조회15,5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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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동  조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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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장수인은 골초에다 말 술 마시더라?

‘장수(長壽)’는 인류 최대의 염원. 조선일보가 지난해 ‘100세를 사는 사람들’ 연재를 시작한 이래 몇몇 신문·방송에서도 장수에 대한 기획기사와 특집방송을 쏟아내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는 지게질을 하는 백수인(百壽人)을 지켜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장수의 조건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절식(節食)과 금연,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의 항노화(抗老化) 효과는 대규모 역학조사 등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장수는 생활습관의 문제라는 데 의사들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이 같은 ‘정답’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마음껏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도 오래살 순 없을까” 하는데 그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 같다. 귀가 얇은 사람에겐 항상 ‘정답’보다 ‘예외’와 ‘편법’이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권명완 할머니(2002년 10월 28일 보도)와 박응섭 할아버지(2002년 11월 12일 보도)는 통념적인 장수의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지만, 서울대 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에 의해 ‘가장 건강한 백수인’으로 선정됐다. 권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죽도록’ 고생만 하고 있다. 혹독한 시집살이와 찢어지는 가난, 외아들의 죽음 등 할머니의 인생은 골수를 상하게 하는 ‘가슴앓이’의 연속이었다. 박 할아버지는 평생 술과 담배를 달고 살았고, 소식(小食)·운동 등 건강 습관과도 반대로 살았다. ‘유전자’가 아니라면 장수할 이유가 없는 백세인들이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한 반응과 관심은 뜨거웠다. “역시 건강은 타고나야 하는 게지?” “거봐, 평생 하루 한 갑씩 피우고도 백세까지 살잖아?”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한 분들이 담배와 술과 무절제에 대한 면죄부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했다.

2003년 2월, ‘담배 끊고 운동하겠다’는 신년 벽두의 다짐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신문 보니 담배 피워도 오래만 살더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다시 들린다. 각 언론사의 장수 기획이 ‘유전자 결정론’으로 잘못 해석돼, 작심삼일(作心三日)의 핑곗거리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건강 유전자’는 확률의 문제일 뿐, 각종 환경오염과 비만·흡연 등 건강 유해 인자에 오래 노출되면 유전자도 맥을 못 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