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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술, 과학적으로 즐기고 다음날은 꼭 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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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03-10-13 11:46 조회15,5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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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음주’와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대는 우리의 음주문화. 아직도 강제로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인 불황이나 사회 불안도 잦은 술자리의 원인이 된다. 음주는 간에만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만병의 근원. 술을 알고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음주 잦으면 MEOS 증가 주량 늘어


술은 마실수록 는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는 거짓이고 일부는 진실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입과 식도의 점막에서 극소량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또 알코올의 10~20%는 위에서 그대로 흡수된다. 나머지 80%정도는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혈액 속의 알코올은 간문맥을 거쳐 인체의 화학공장인 간으로 들어간다. 간에서 알코올의 일부는 에탄올산화계효소(MEOS)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와 초산으로 바뀐다. 초산은 혈액을 따라 돌면서 몸 곳곳의 세포에서 탄산가스와 물로 바뀐다. 탄산가스는 허파를 통해 술냄새로 배출되고 물은 소변이나 땀으로 빠져 나간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 알코올탈수소효소와 알데히드탈수소효소가 많다. 선천적으로 정해진 이 효소들의 양은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것 외에는 변하지 않지만 MEOS는 음주량이나 음주빈도에 따라 많이 생기고 활동력도 강해진다. 술이 약한 사람이 억지로 술을 먹으면 주량이 느는 것은 바로 이 MEOS 때문이다.


#신물 넘어오면 식도염 가능성


대부분 술마신 다음날 묽은 대변을 보게 된다. 알코올은 담낭에서 담즙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고기 등 지방질의 장내흡수가 떨어져 지방변을 만들고 따라서 설사가 유발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지속된다면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또 대장암이나 대장결핵은 장점막이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술에 의한 자극으로 설사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시면 속쓰림이 더 심해지는 사람은 위궤양·만성위염 등 위장질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위내 알코올농도가 20% 이상이 되면 알코올이 위벽에 직접적으로 작용, 위점막에 손상을 준다. 이로 인해 위점막을 보호해주는 점액질이 없어지고 위궤양 등 본래 가지고 있던 위장질환 증상이 크게 악화된다.


또한 술 마신 다음날 신물이 넘어오면서 가슴이 뻐근하다면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식도와 위의 경계부분인 괄약근 기능이 느슨해져 위산이 식도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한 복통과 함께 등쪽으로 심한 통증이 있다면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음주후 구취나 술냄새가 더욱 심해진다면 잇몸병·치주염뿐만 아니라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당뇨병 등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술 마신 다음날 눈의 충혈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에 의한 혈관 이완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오래 지속된다면 고혈압·당뇨·간질환·동맥경화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음주 전후에 운동은 독소배출 역할


많은 사람들은 과음한 다음날에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쉬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평소의 80~90%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몸에 훨씬 좋다. 인체는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신체 각 부위에 도달하는 혈액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는 혈액 재분배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운동을 하면 온몸의 혈액순환량이 많아진다.


알코올 분해 정도는 혈액순환의 횟수와 비례하므로 운동을 하면 술이 빨리 깬다. 또 전체 혈액 중에서 소화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총혈액량은 늘어난다. 이에 따라 혈액이 알코올대사과정에서 생기는 독성물질인 ‘퓨젤 유(Fugel Oil)’를 빨리 없앤다. 특히 근육세포로 흐르는 혈액이 급증해 음주 때문에 아미노산이나 지방이 부족해진 근육세포가 생기를 되찾게 된다. 물론 지방세포에 쌓인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칼로리를 소비하므로 뱃살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음주 전 운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음주 전에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운동을 할 때는 맥박이 평소보다 2~3배 빨라지고 운동이 끝난 뒤에도 평소보다는 조금 빠른 상태에서 1~2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때 대사가 잘 되므로 술이 덜 취하며 운동 때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은 술자리에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술 마신 직후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인체의 혈류 재분비 시스템은 음주 후 소화기관에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하는데 운동을 하면 혈액이 부족해 소화기관에 통증이 생기게 된다. 이는 식후 30분 이내에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움말:전보권 교수(고려대의대 약리학교실), 노용균 교수(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박원하 교수(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준규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