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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뉴스> 모두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를 심심하게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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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8-18 13:33 조회14,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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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종 사회복지사의 실존육아] 심심할 때 발휘되는 '어떤 것'들



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나오던 중 나의 위치가 주차장의 C와 D 구역 사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 순간 장 폴 사르트르의 말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가 떠올랐다. '연식이 있으니 아마도 C와 D 사이 즈음이 내 인생의 위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파벳 C가 닫히면 아마도 D가 될 것이다.



주차장에서 삶의 방향을 얻었다. ⓒ문선종



선택할 수 없는 삶은 실존적 죽음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나에게 C는 선택(choice)과 도전(challenge)하는 삶, 기회(chance)를 만들고, 창조(create)하는 삶을 뜻한다. 주차장에서 C와 D의 기표를 바라보며 나는 진정 그러한 실존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카트를 끌다 멍하니 그 간극의 무한함을 떠올려보았다.

◇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나 심심해”는 정말 중요한 표현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차에서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딸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도 나름 즐겨보는 영상이 있다.

하지만 시작은 자신이 선택한 영상물이지만 뒤로 갈수록 의도와는 다른 영상들을 보게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관심 영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은 네 살 먹은 둘째에게도 쉬운 일이다.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알고리즘이 선택해준 것을 선택한다. 이것은 진정한 C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선택하는 삶이 아닌 치밀하게 설계된 세상에서 그들이 목적한 대로 이끌려간다. 영상 시청시간을 늘리려는 목적에 선택이라는 수단이 정당화되고,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렇게 ‘D’로 퇴색되어 간다.

이런 치명적이면서 인간의 정신을 빼앗는 것들과 완벽한 절멸은 어려워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정보를 해독하는 문해력(literacy) 정도는 갖추어야 할 일이다. 이런 심오한 생각을 주차장에서 얻다니…. 아빠라는 삶에 또 다른 과업으로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되돌아보면 아이들이 한 말 중 가장 완벽한 말은 “아빠, 나 심심해”라는 말이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는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주말에 한 번은 날을 잡고 마음껏 하라고 스마트폰을 던져준 적도 있었다. 아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영상을 봤다. 아이들이 정말 심심하다고 할 때 귀찮은 나머지 영화를 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심심이라는 말을 ‘깊은 마음(深心)’ 정도로 해석해도 될 정도로 심심하다는 표현은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말이다. 심심하다고 할 때 아이들 스스로 ‘C’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선택하고, 기회를 만들어 도전할지? 우리는 그런 시간을 빼앗아 온 것이다.

일과 중 디지털 기기 쓰는 시간을 정해 놓았는가? 이 경우는 수단이 목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조치다. 어떤 과업을 끝냈을 때 조건으로 디지털 기기를 허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뇌는 오직 그 시간에 활성화된다. 도파민 신경이 활성화하면서 중독 신경회로가 작동하는 것이다. 중독 경향성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중독을 막고, 심심한 마음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디지털 디톡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비행기’를 탑시다



비행기를 타면 높은 하늘에서 우리는 고립된다. 저녁마다 나는 아이들과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심심함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독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베이비뉴스



디지털 디톡스는 사람이 스마트폰, 텔레비전, 컴퓨터, 태블릿, 소셜 미디어 사이트와 같은 기술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시간을 말한다. 매일 우리 삶을 방해하는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방해받지 않고 실제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디지털에 오염된 실존을 해독하는 깨어있는 과정이라 하겠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0%에 육박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 18개국 중 1위에 달하는 수치로 전 세대에 걸쳐 스마트폰 이용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 19.1%가 과의존 위험군이다. 더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유아동 이용자의 20.7%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2016년 17.9%와 비교할 때 그 증가 추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집안을 점검하기로 했다. 스마트 기기 모아두는 곳을 지정할 것이다. 그곳은 침실과 거실, 개인 방 등과 거리가 먼 곳으로 정하고, 특정 시간에는 절대 못 만지게 할 것이다. 일상을 간섭받지 않도록 비행기 모드로 변경해 놓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의 내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면 높은 하늘에서 우리는 고립된다. 심심함을 끌어내기 위한 고독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는 말이다.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실존적 삶을 위해서 일과 중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자신 내면의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시간엔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의 자유의지로 ‘C’를 행하는 것이다. 내면의 확장이자 거대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실존적 여정이다.

미국의 CEO들이 자녀에게 SNS와 스마트폰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캐(부 캐릭터의 줄임말, 평소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가 유행하고, 멀티 페르소나에 열광하게 하는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의 과업은 아이들의 실존을 지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 비행기에 꼭 탑승해보자.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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