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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리 아이, 수업듣다 스마트폰 중독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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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11 11:30 조회15,7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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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땐 IT기기 강제 노출, 교육 위해 TV도 멀리했던 부모들
게임 중독에 n번방까지 걱정 태산… 맞벌이는 아이 통제하기도 힘들어

"친구들 다 스마트폰 있단 말이야, 나도 사줘!"

직장인 황모(여·43)씨는 지난 수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중학교 1학년 아들에게 이런 요구를 받았지만 지금껏 들어주지 않았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애교로 간청하는 아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황씨에게도 마음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아들과 스마트 기기의 만남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신념으로 버텨왔다. 단순 메시지 전송부터 경제활동까지 모든 게 가능한 스마트 기기는 아이가 충분한 분별력을 갖췄을 때 사용을 허락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방어벽이 이제 무너진다. 며칠 전 아들 담임교사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출결 확인을 위해 카카오톡 실시간 영상통화로 조례와 종례를 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황씨는 "이젠 사 주든 대여하든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녀가 모바일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황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학부모가 많다. 이들은 온라인 개학을 가리켜 '스마트 기기 강제 노출'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하모(여·37)씨는 "우리 아이는 그동안 TV도 못 보게 키웠는데, 온라인 개학으로 지금까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가장 큰 걱정은 과다 몰입이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아·아동(만 3~9세)의 22.9%, 청소년(만 10~19세)의 30.2%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과의존 위험군'이란 '스마트폰 사용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속 하정훈 병원장은 "어린 시절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면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며 "최소 초등학교 졸업 이전에는 스마트 기기와 접촉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성(性) 관련 위험 노출'도 걱정이다. 아이가 혼자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면서 선정적인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최근 'n번방' 사건처럼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랜덤채팅 등을 통해 소셜미디어 범죄로 유인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 매수의 91.4%, 알선의 89.5%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뤄졌다. 최근 성 착취 영상을 찍어 이를 텔레그램에 공유한 'n번방' '박사방' 사건 가해자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접근했고, 피해자 상당수는 미성년자였다. 남학생도 스마트폰을 통해 성인 동영상에 일찍 노출되거나, 별다른 죄의식 없이 성범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모들은 걱정한다. 고학년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빠는 "아들에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지만 알아듣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주부 김모(40)씨는 "성 관념이 확립되기 전 이런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해 스마트폰은 고등학교 입학 때 사주려고 했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며 "다만 곁에 지키고 있다가 수업 끝나면 곧바로 기기를 압수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 고민은 더 심하다. 경북 포항에서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여·47)씨는 "내가 일하는 동안 통제가 될지 모르겠고 차라리 온라인 수업을 안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각 지역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맘카페)에는 "직장맘들은 어떡하라는 것이냐" "옆에서 봐 줄 수 없는 맞벌이 부모를 두 번 울리는 것"이라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9/20200409003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