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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게임 중독도 질병, 약물·인지행동치료 병행해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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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6-29 18:05 조회12,18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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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도 질병, 약물·인지행동치료 병행해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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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다이어리] 인터넷 게임 장애
게임 안 하면 불안·폭력 등 증상
ADHD·우울증 때문에 생길 수도
WHO, 중독 땐 뇌기능 저하 우려
게임 외 좋아하는 것 찾아주고
매일 가족과 대화·활동도 도움
의학계·산업계 ‘게임 중독’ 찬반 논쟁
산만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웠던 건호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선생님들도 수업시간에 충동적으로 불쑥 질문하고 매사에 부주의한 건호의 모습에 엄마를 불러 우려를 표했다. 이후 건호는 집 근처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나 부작용이 생겨 중단하고 심리치료와 사회성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속되었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이모가 건호를 주로 돌봐주었다. 건호는 이모를 크게 의지해 왔다. 그러던 이모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중2 건호는 이모의 사망 이후 극도로 무기력해졌다. 하루에 8시간 이상 게임을 했고 수면이 불규칙했으며 무단결석과 조퇴가 잦아졌다. 건호는 학업은 전혀 따라가질 못했고, 평소 좋아했던 축구나 음악감상 같은 취미 활동에 대해서는 무관심이 커졌다. 게임을 통제하려는 부모와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던 중에 일어난 사건으로 응급실을 찾게 된 것이다.
“건호야, 입원 치료를 통해 가장 도움받고 싶은 부분이 무엇이니?” 내가 물었다.
“게임 때문에 입원한 거니까 게임 적당히 하는 거겠죠?” 건호는 다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렇구나. 건호는 언제 게임을 하게 되지?”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냥 시도 때도 없어요. 게임 말고 달리 할 게 없으니까요. 공부는 하기 싫고 축구는 같이 할 친구도 없고… 음… 그리고 게임하면 기분 나쁜 것도 좀 나아지고… 그러니까 하는 거죠.”
“아, 게임을 하면 기분 나쁜 게 좀 나아지는구나.” 나는 건호의 말을 되뇌며 응수했다.
건호에게는 ADHD, 우울장애, 인터넷 게임장애라는 3개의 진단이 공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발표된 진단기준 개정안 DSM-5에는 ‘인터넷 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진단명이 추가되었다. 인터넷 게임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해 임상적으로 심각한 기능 손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임상적 증상은 인터넷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긴장, 불안, 우울증 같은 금단증상을 보인다. 또 인터넷 게임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에 대해 둔감할 정도의 내성이 있고 게임을 그만하거나 조절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경험, 다른 취미 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림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표 참조〉
인터넷 게임 장애의 DSM-5 진단 기준
● 9가지 증상 중 5가지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 인터넷 게임 몰두
□ 게임을 못 할 때 금단 증상
□ 게임하는 시간이 지속 증가
□ 게임을 통제하려는 시도 실패
□ 게임 때문에 기존의 취미·오락거리에 대한 관심 사라져
□ ‘심리적으로 내가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면서도 게임을 과도하게 함
□ 가족이나 심리상담사에게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거짓말한 적이 있는 경우
□ 무기력함, 죄책감, 짜증 등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함
□ 게임 때문에 학업, 직장, 사회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생겼음
□ 인터넷 게임 몰두
□ 게임을 못 할 때 금단 증상
□ 게임하는 시간이 지속 증가
□ 게임을 통제하려는 시도 실패
□ 게임 때문에 기존의 취미·오락거리에 대한 관심 사라져
□ ‘심리적으로 내가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면서도 게임을 과도하게 함
□ 가족이나 심리상담사에게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거짓말한 적이 있는 경우
□ 무기력함, 죄책감, 짜증 등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함
□ 게임 때문에 학업, 직장, 사회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생겼음
2019년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WHO)도 “게임 중독도 질병”이라고 분류한 새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 (ICD-11)을 194개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 이후 국내 의학계와 게임 산업계,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분류가 통과된 배경에는 인터넷 게임으로 인해 뇌기능이 저하되고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터넷 게임도 알코올이나 흡연과 같은 물질처럼 뇌의 도파민 보상회로에 변화를 가져와 즉각적 보상을 원하고 충동적인 경향을 보이는 뇌로 변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다.
초중고생 18%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
반면, 위의 건호 사례처럼 어린 시절 ADHD를 지녔던 아이들이 청소년기 이후가 되면서 다양한 취약한 심리사회적 환경에 노출이 되면서 인터넷 게임장애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즉, 게임 중독은 원인이 아니라 기저에 깔린 신경발달 문제에서 기인한 2차적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다.
대체로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계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ADHD뿐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 사회공포증,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게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기저에 깔린 신경발달장애와 정서문제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아청소년 연령에서의 인터넷 게임 사용은 성인과는 달리 가정환경, 부모와의 갈등, 교우 관계 등의 여러 환경적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므로 인터넷 게임장애의 기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다시 건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건호는 어린 시절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ADHD 증상, 중요한 애착 대상이었던 이모의 사망으로 겪은 상실감과 우울증, 인터넷 게임을 하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무조건 통제만 하려는 엄마와의 갈등을 다루는 것이 급선무였다.
건호는 ADHD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입원한 상태에서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을 점검하며 용량을 조절해 나갔다. 또 인터넷 게임장애의 증상과 관련해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했다. 인지행동치료의 가장 우선은 동기강화훈련이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변화하려는 의지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건호는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당시에는 흔쾌히 치료에 동의했으나 막상 입원 기간 정해진 시간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에 대해서는 상당한 저항을 보였다. 치료진과 함께 인터넷 사용의 유익한 부분과 해로운 부분을 조사하고 건호 스스로 인터넷 게임 습관을 변화하는 것의 이득과 손실을 적게 했다. 변화를 통한 이득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치료 동기가 점차 강화되었다.
치료진은 건호가 병동 내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느끼는 솔직한 감정도 기록하게 했다. 건호는 불안과 우울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인터넷 게임을 사용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지만 게임 이외의 대안적 방법을 찾기는 힘들어했다.
건호는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 평소 좋아하던 래퍼의 랩 가사를 외우고 본인이 직접 가사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퇴원을 앞두고 부모교육도 수차례 진행했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하여 가족과 대화 또는 활동을 하도록 권고했다. 건호는 제주도에 있는 대안학교에 진학했고 부모와 주말마다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 얼마 전 외래에서 지금까지 완주한 코스가 8개나 되었다고 자랑을 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등장인물을 가명으로 처리했고, 전체 흐름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내용을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가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 저서로는 『아이는 언제나 옳다』, 『엄마 나는 똑똑해지고 있어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