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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늘어난 홈술·혼술… 가랑비에 옷 젖듯 ‘알코올 중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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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2-19 15:14 조회12,6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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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 홈술·혼술이 늘고 무알코올, 저도주의 공세가 거세다. 술 권하는 TV는 여전히 전파를 타고 인터넷 술방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류 판매와 광고 규제는 완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음주 트렌드와 건강 폐해, 음주 조장 환경의 실태 및 대책을 4회에 걸쳐 싣는다.

거리두기·사적모임 금지 등 영향… 집에서 자주 술 마시는 습관 가속
자신도 모르게 술 내성 생겨 위험… 매일 음주 버릇 없애는것 바람직

코로나19로 홈술, 혼술족이 늘고있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행태가 굳어지면 자신도 모른 사이 술에 내성을 갖게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23RF 제공

직장인 한모(33)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거의 매일 밤늦게 영화 채널, 유튜브를 보며 맥주 서너 캔씩을 비운다. 간혹 안주로 배달 야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40대 후반의 유모 대기업 부장은 회사 일이 끝나면 곧장 퇴근해 식사하며 반주를 즐기는 일이 일상이 됐다. 부서 회식은 안 한지 오래됐다. 대신 집으로 술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금지,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로 직장인 회식과 술 문화가 전반적으로 줄었다. 대신 집에서 혼자 마시는 홈술, 혼술 트렌드가 생겼다. 직장 동료나 친구와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랜선 음주’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대한민국의 음주 풍속도다.

음주량과 음주 빈도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조금씩 자주 마시는 행태가 일상으로 굳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술에 내성을 갖게 되고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알코올의 위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국민의 음주패턴 변화는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20~70세 남녀 2000명을 온라인 설문한 결과 기존 주 1회 이하 음주자의 63.1%는 코로나19 이후 음주량이 줄었고 26.3%만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코로나 이후 음주량이 늘었다고 한 응답자의 54.1%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서”라고 했다. 또 코로나19 이전 1회 술자리의 평균 음주량이 1~2잔에 해당하는 저위험 음주자는 25.1%였으나 코로나 이후 34.2%로 상승했다. 반면 코로나19 이전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인 고위험 음주자는 30.3%였으나 코로나 이후 21.8%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이처럼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경향이 점차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개발원 측 분석이다.


술자리 동석자는 친구 또는 선후배라는 응답이 코로나19 이전에는 40.9%로 가장 높았으나 코로나 이후 3위(21.9%)로 내려앉았다. 반면 음주 동석자가 가족이라는 응답자는 코로나 이전 26.6%에서 이후 35.0%로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혼자 술 마신다는 응답 비율도 코로나 이전 4위(8.6%)에서 이후 2위(26.8%)로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류소비·섭취 실태 조사(최근 6개월 이내 주류 섭취 경험있는 만 15세 이상 2000명 대상)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감지됐다. 다만 건강증진개발원과 다소 다른 내용은 고위험 음주 경험 비율이 증가하는 걸로 나왔다는 점이다. 고위험 음주 비율은 63.5%로 2017년 조사 때(57.3%) 보다 상승했고 특히 30대(70%)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1일 “우리 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음주량이 늘었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평균 10잔 이상 음주자가 33.9%로 가장 많았고 7~9잔(23.5%)이 그 뒤를 이었다”면서 “조금씩이라도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이 고위험 음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음주 행태의 변화를 좋은 측면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 사회에서 부어라마셔라하는 강압적 음주의 기회 자체가 적어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이런 변화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방역조치로 사회적 음주가 감소해 음주량과 고위험 음주의 빈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홈술, 혼술이 늘면서 기존에 적게 마시던 이들의 음주 빈도가 늘 수 있고 술을 안 마시던 사람들이 새롭게 음주에 입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찍 귀가한 뒤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건전하게 즐길 대안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며 여가 자원,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술을 조금씩 자주 마시면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혼자 술을 마시면 음주량을 자제하기 어렵고 결국 알코올 남용 혹은 의존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 교수는 “중독의 중요한 요소가 내성과 금단 증상이다. 내성은 자주 접하다 보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해야 할 물질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라면서 “술도 자주 접하다 보면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폭음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한 번에 1~2잔씩 주 5일 마신다고 해서 당장 건강 위험을 높이진 않지만 지속적이 되면 보상 회로에 학습효과를 초래해 음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알코올사용장애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과·폭음으로 이어지면 정신건강 문제 뿐 아니라 급성 췌장염, 간염·간경화, 알코올성치매 등도 유발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아울러 “매일 혼자 술 마시는 게 버릇이 되면 음주 자체가 생활화되는 문제가 생기고 가족과 술을 마시는 것도 음주에 관대해지고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폐해가 있는 만큼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6514&code=14130000&cp=nv​